[덕계댁 잡화싸롱] 나를 '아가씨'라 불러준 당신은 '무죄'
[덕계댁 잡화싸롱] 나를 '아가씨'라 불러준 당신은 '무죄'
  • 덕계댁
  • 승인 2019.02.2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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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종교란 어떤 의미일까?

얼마전 길을 가는데 나를 보고 아가씨~ 덕이 많으신 얼굴이시네요.” 하시는 분이 계셨다.‘ , 나보고 아가씨래. 되게 포교하고 싶은가 보네.' 실소가 나오는 걸 참고 아무 대답 없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예전에는 시간이 있을 때 한두 번 이런 분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이렇게 까지 열성적으로 포교하시는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장면 1.

시청역 부근에서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 종말론과 향후 몇 년안에 세계3차대전이 발발 할 것 같으니(전쟁 발발 이유를 물으니 '그냥 때가 돼서'라고) 함께 종말을 대비하자며 결연하게 포교를 해온 사람이 있었다. “저기요, 전쟁은 때가 되면 자연발생적으로 나는 게 아니라 미국이라든지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약한 나라들을 침공해서 난다고 생각하는 데요.”라고 말하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가던 길을 가버렸다. 아쉬웠다. 조금 더 그분이 시간을 내주었다면 진지하게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해서도 토론해 볼 마음이 있었는데.

 

#장면 2.

또 한번은 한 대학 교정 벤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나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마침 만나기로 한 사람이 늦는 터라 심심하기도 해서, 말을 섞게 되었다. 역시 포교자였다.“중국의 요임금, 순임금 때가(중국에 이런 임금들이 있었는지 이때 처음 알았다)전 인류에게 있어 가장 태평성대의 시절이었다. 다 하늘의 순리를 따랐기 때문이다. 우리 교리를 배워 하늘의 순리를 알고 태평성대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대략 이런 요지였던 것 같다. “나라의 태평성대는 하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왔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노예제 사회에서 봉건사회로 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인간은 계속 노력하고 있다.”라고 대답하니 말씀 참 잘 하시네요라고 하며 이분 역시 가던 길 급히 가버리셨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모든 종교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는 편이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싶다.  특히 우리나라 주류 기독교 교파들이 타 종교는 물론 같은 기독교 안에서의 많은 교파들을 모두 이단시 하며 낙인찍는 것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교든 나에게 말을 많이 걸어준 종교든 개인이 믿어서 행복하고 위로가 된다면 크게 문제가 없고 생각한다. 다만 타종교에 대해 덮어놓고 무시하고 이단시 하는 종교, 개인생활ㆍ사회생활이 파탄 날 정도로 모든 것을 걸게 만드는 종교, 자꾸 돈 가져오라 하는 종교가 바로 사이비라 생각한다. 여기에 사이비 종교를 조금 추가하면 신도들의 헌금을 횡령하는 종교, 헌금이랍시고 비자금을 세탁해 쌓아놓은 종교, 성조기와 이스라엘기 흔들어 대며 빨갱이들 척결을 외치는 종교까지포함되겠다.

인간구원과 영혼의 위로. 종교가 가지는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는 분명히 수긍한다. /사진출처=인터넷.
인간구원과 영혼의 위로. 종교가 가지는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는 분명히 수긍한다. /사진출처=인터넷.

 

조금 더 들어간 종교에 대한 나의 견해는 종교가 굳이 필요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 본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신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 속에서 충분히 위로받고 사랑을 주고받는 사회가 진정 좋은 사회라 생각한다. 천국과 극락세계를 굳게 믿고 자신의 종교를 통해 기어이 가고야 말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동의 못하겠지만 말이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안정된 나라들일수록 종교를 믿는 신자들의 숫자가 극히 적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종교는 일종의 문화일 뿐 매주 교회나 절에 가고 헌금을 꼬박꼬박 내는 열성적인 신자들이 우리나라에 비해 현격히 적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건물 위 십자가 개수가 고개 돌리면 보이는 편의점 숫자보다 많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정된 사회가 아니라는 방증이 아닐까?

어쨌든 이제는 자다 눌린 얼굴 주름이 잘 펴지지도 않는 나에게 아가씨라 불러준 아저씨는 내가 내린 판결로는 일단 무죄. 천국(있다면) 가실 거다. 더 이상 죄와 업보에서 허우적거리지 마시고 가정으로 돌아가 부디 행복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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