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계댁 잡화싸롱] 학습지... 시킬까? 말까?
[덕계댁 잡화싸롱] 학습지... 시킬까? 말까?
  • 덕계댁
  • 승인 2019.02.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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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잠깐 흔들렸다.
아이가 세 살 무렵 한글과 숫자에 관심을 보이길래,
학습지라도 시켜야 하는 건가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시 했었다.
이제는 아니다. 앞으로 학습지를 시키는 일은 없을거 같다.

대형마트나 쇼핑몰에 가면 어김없이 "어머니~ 아이를 위한 학습지 하나 보고 가실래요"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아이들 학습지 판매원분들이다. 나도 한때는 딸아이에게 학습지를 들이밀어 볼까 생각을 잠깐 할 때가 있었다. 딸아이가 세 살무렵 갑자기 한글과 숫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기특해 보이기도 하고 그 방면으로 소질(전 국민이 8살만 되면 누구나 다 읽고, 알게 되는 한글과 숫자가 무슨 소질이라고...) 있는 것 같아서 였다. 뒤돌아 보면 전형적인 초보엄마의 모습이다.

그 즈음 학습지 판매원분에게 전화번호를 넘겨준 적이 있었나보다. 몇 년 된거 같은데 지금도 학습지 신청하시라며 친절하게도 문자를 보내주신다. 며칠전 독한 마음먹고 답문을 보냈다. '학습지 안시켜요. 문자 그만 보내주세요.'... '너무 차갑게 보냈나?' 후회도 살짝되지만, 뭐 그분들이야 단체문자니 크게 신경 안쓸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예 아이에게 한글과 숫자를 접하지 않게 한 것은 아니다. 서점과 인터넷에서 한글, 수학 워크북 등을 가끔 사주긴 했다. 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하라고. 지켜보니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만 가끔 들춰 보는 정도였다. 정기적인 학습지를 시켰으면 아이도, 나도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뻔 했다. 아이의 일시적인 관심을 지속적인 관심으로 착각하고. 정기적으로 오는 학습지를 아이는 소화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쌓여가는 학습지를 보며 나는 신경질이 났을 것이다. 돈이 얼만데 하며... 실제 같은 아파트 사는 엄마의 증언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쌓여가는 학습지를 볼 때마다 성질이 난다며, 시킬 필요 없다고.

사실 이건 돈 문제를 떠나, 학습지는 어린 아이의 두뇌 발달에도  좋은 방도가 아니라고 유아교육 공부 외길인생 26년째인 넷째언니가 말해준 사실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두뇌 발달은 종이와 연필로 되기보다, 오감으로 된다고 한다. 많이 만지고 듣고 움직일 때 두뇌가 발달하게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친구들과 많이 잘 어울려 놀면 된다는 말이다. 놀이터에서,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이것저것 하면서 신나게 놀면 두뇌 발달이 잘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팁! 모든 놀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실내놀이 중 조금 더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를 굳이 뽑자면 블록 쌓기와 퍼즐 맞추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학습지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을 해야만 우리 아이가 커가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제일 큰 원인이겠다.

여기에 태블릿 피씨와 펜까지 제공하며 좀 있어 보이는 학습도구로 엄마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유혹한다. 특히 태블릿 피씨를 이용한 학습지는 아이들이 여러모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는 태블릿 피씨를 이용하는 학습지가 더욱 싫어서 오히려 학습지 신청을 아예 접었다. 요새는 대부분 태블릿 피씨를 이용한 학습지가 정말 많다. 안 그래도 아이는 핸드폰과 티브이를 조금이라도 더 못 봐서 안달인데, 아무리 학습도구지만 너무 일찍 이런 기기들과 접하게 하는 게 꺼림칙해서다. 물론 엄마들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스마트기기를 먼저 접하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꽤 있다.

얼마 전 선행학습과 사교육의 문제점의 끝판왕을 보여준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끝났다. 결론이 드라마 전반과는 다르게 너무 훈훈하게 끝나 작가가 납치 된 거 아니냐는(ㅎㅎ)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던져준 메시지는 광적인 사교육, 선행학습이 아이들을 결코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욕망으로 과열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편승해 아이들을 유치원 때부터 학습지를 비롯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육’ 하는 것임을 우리 부모들이 정확히 알았으면 한다. 물론 각 가정들만이 알아서 잘한다고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전반과 교육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 그리고 동시에 각 가정들이 이 광적인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제정신(!) 차리고 잘 버티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아이를 딱 낳았을 때 가졌던 그 첫마음 건강하기만 하면 됐어라는 마음을 기본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너무 조급해 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부모의 속도를 맞추고 지켜봐주고 믿어주는게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길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관심을 보여 사준 한글, 숫자책. 며칠 못갔다. 어쩌다 가끔 들춰보는 수준.사진제공-덕계댁
아이가 관심을 보여 사준 한글, 숫자책. 며칠 못갔다. 어쩌다 가끔 들춰보는 수준. /사진제공= 덕계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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