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 "아직 갈 길 멀어"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 "아직 갈 길 멀어"
  • 도영경 기자
  • 승인 2019.02.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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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우선 환영하는 입장과 더불어 다양한 의견들이 도출되며 추가적 제도손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사진출처=교육부.
사진출처=교육부.

 

교육부는 이번 개선방안이 지난해 진행한 정책숙려제를 비롯한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더욱 전문적이고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학교의 기본적인 교육활동을 위협하는 현행 학교폭력 대응절차에 대한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굳이 내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 혹은 가해학생이 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번 개선방안을 둘러싼 쟁점은 무엇이며 부모들이 알아둬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정리해보자.

 

교내에서 열리던 ‘학폭위’

왜 교육청으로 이관하나요?

교육계 전반에서는 그동안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요구가 활발히 제출된 만큼 우선 긍정적으로 반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2020년 1학기부터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결정사항에는 보다 섬세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학)는 지난 1일 논평에서 “학교 내 문제를 학교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교육적 해결이라 보기 어렵다”며 “조사를 받는 학생이든 교사든 학교 밖에서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부담이 크고, 교사의 경우 사건 처리를 위해 학교를 비우게 되면 학교폭력에 연루되지 않은 학생들은 여전히 학습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좋은교사운동>은 “사법 재판이 아닌 교육적 기구라고 하는 원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폭위 과정에서 회복적 프로세스가 가능하도록 학폭 진행 과정과 학폭위 구성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변호사 이외에도 갈등조정 전문가가 반드시 학폭위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학은 학부모 비중을 기존 과반수에서 1/3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학부모는 학교폭력을 해결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는 전제의 위험성을 짚으며, “학부모야말로 교육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전문가 자질이 충분하고, 학교 내 갈등을 중재하고 학교교육 공동체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적임자이다. 학부모 비중 축소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 발표가 나자마자 “학폭위의 교육청 이관과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의 경우 학교종결제 반영은 교원의 교육적 지도력 회복과 학생 학습권 보호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며 반겼다.

하지만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교연넷)측은 “중대 사안 심의가 교육청으로 이관된다면 교원들의 업무는 사안조사, 화해, 회복 등을 위한 페이퍼워크가 기존보다 증가할 수 있다. 교원들의 업무경감을 위한 제도적 배려는 없어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체로 학폭위원들을 전문성을 가진 인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학폭위원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피대상이기도 하다. 남들 앞에 빛나는 자리도 아니고 늦은 밤까지 학교에서 무보수로 고생해야 할 때도 있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런 자치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된다는 것만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과도기적 과정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 교사재량권 강화'

학교의 교육적 역할 높일 수 있을까요?

이번 발표를 통해 교육부는 ‘교육적 관여를 통해 학생간의 바람직한 관계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의 경우, 학교에서 책무성을 가지고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학교자체해결제 적용시 은폐·축소를 방지할 수 있도록 마련한 5단계 안전장치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학교자체해결제 5단계 안전장치>

- 1단계: 반드시 피해학생·보호자가 자치위를 개최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여야하고, 이를 문서로 확인하여야한다.

- 2단계: 이와 함께 전담기구에서 다음의 4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여야한다.

* ①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시 ②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③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것 ④보복행위가 아닐 것

※ 성폭력은 다른 법률 규정이 우선 적용되는 엄중한 사안이므로, 무조건 자치위원회 개최

- 3단계: 교육적 해결여부는 학교장이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학칙으로 정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 4단계: 교육적 해결 후에도, 잘못된 정보에 의한 동의였거나 새로운 피해사실이 드러나는 등의 경우에는 피해자 측에서 요청 시 자치위를 개최하도록 한다.

- 5단계: 자체해결 사안은 자치위와 교육청에 보고해야하고, 향후 은폐·축소 확인 시 다시 자치위를 개최한다.

이것은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재심발생률이 매우 높은 현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재심 건수는 2013년 7백64건에서 2017년 1천8백68건으로 약 2백45% 증가, 행정심판 건수도 같은 기간 2백47건에서 6백43건으로 약 2백60% 증가, 학교폭력 관련 갈등의 심각한 양상을 보여준다.

이에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모두 학생 간의 관계회복을 촉진하는 프로그램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계회복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교육적 대응의 가능성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교연넷은 “현재 ‘학교자체종결제’는 피해자의 권리를 충분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학폭위가 열리지 않도록 동의를 받는 주체가 학교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태종결이나 화해를 추진하는 경우) 추후 분쟁을 유발할 수 있고, 당사자들 간에 바람직한 관계회복이 어려웠다”고 짚었다. 따라서 ‘학교생활갈등회복조례’ 제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무리 가벼운 사안이라 할지라도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학교나 교사의 교육적 판단의 재량은 의미가 없어지므로, 학교자체종결제가 학교의 교육적 관여를 확대하는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생활기록부 기재율은 낮추면서,

피해자 보호는 강화할 수 있나요?

교육부는 ‘가해학생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생활기록부 기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완화하여, 학생 간 관계회복이 촉진될 수 있도록 생활기록부 기재방식을 개선한다’며 ‘교내선도형 조치 1~3호(1호: 서면사과, 2호: 접촉·협박·보복금지, 3호: 교내봉사)에 대해 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를 1회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심각하지 않은 폭력사건과 저학년 학생들의 우발적 갈등 등을 고려한 대책으로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사안에 대한 조치까지 모두 생기부에 기록돼 교육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까지 소송으로 비화되는 부작용이 많았던 점, 생기부 기재 자체가 피해측이 가해학생에게 보복 및 처벌심화 효과를 노리게 하는 점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무리한 민원과 소송을 감소시켜 학교 본연의 교육적 역할을 찾는 데 일정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좋은교사운동본부는 “학생부 기재 유보 조항을 1~3호보다 확대해야 하고, 점진적으로는 학생부 기재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며 “4호 이상은 여전히 생기부 기재가 되므로 법적 분쟁 완화 및 학생 간 관계회복 촉진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학폭위의 판단에 따라 3호냐, 4호냐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4호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과 보호자는 처벌의 적절성을 놓고 또다시 법적 분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기록하는 것 자체가 추가적인 처벌의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이중처벌이라고 하는 논란은 여전히 남게 됩니다. 애초에 생기부 기재를 엄벌의 한 요소로 도입한 것 자체가 교육활동에 대한 기록을 처벌로 악용하는 잘못된 선택이었으므로 기록폐지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교연넷은 “경미하다는 판단으로 생활기록부 기록을 유보하는 방식은 분쟁을 만들 수 있다. 교육적 조치라면서 단순하게 대입에 평가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부분이고, 진정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마무리되는 것인데 사후의 이런 과정은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또한 △피해학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을 추진하고, △전국단위 피해학생 보호 전담기관 2곳 이상 추가 설립 등 피해학생 전담기관 확대 및 피해학생 일시보호 기관(통학형) 설립,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결석 시 자치위 및 학교장의 보호조치 전에도 출석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교육부 훈령을 개정(’19.1.18), △성폭력 피해학생의 전입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 전입학 지침’을 2월까지 개정할 계획 등을 첨부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참학은 “학폭법은 폐지 또는 그에 준하는 대폭적인 개정이 아니고서는 또 다른 문제점만 야기할 뿐, 결코 현재의 폐해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며 “교육 기관인 학교 내 갈등을 사법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 모순적인 법을 하루 빨리 폐지하고 대안으로 선도위원회의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교연넷은 “학교폭력은 진정한 사과가 선행되고,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지금이라도 학교 내 불필요한 시스템 걷어내고 혁신의 방향과 본질 생각해야 한다”며 교육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학교나 교육기관이 매뉴얼에 따라 책임과 역할을 다했다고 오판할 때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학생은 보호나 위로 속에서 회복될 기회를 놓친 채, 가해학생은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깨닫고 반성할 기회를 놓친 채 방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오랜 기간 학교폭력 문제를 다뤄온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통으로 논하는 것은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사회 전체가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문제를 책임지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문제의식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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