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충전소』가 필요해요"
"『엄마충전소』가 필요해요"
  • 엔젤라맘
  • 승인 2018.12.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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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모성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이 사회에서 엄마들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합니다. 정신과 육체가 아파지는 엄마들에게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이에 외따로 하나가 아닌 여럿이 힘을 합쳐야만 한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엄마공동체를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초등학교 입학 후 아이는 꽤 잘 적응하고 있었지만, 정작 엄마는 지쳐가고 있었지요. 학교란 곳에 가기 시작하니 또 새롭게 신경써야할 것들이 끝없이 요구되는 육아, 한창 일하느라 바쁜 남편과의 소통이나 교감이란 번번이 저 멀리 달아나버리는데서 오는 상실감, 내 인생은 이렇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종종 엄습하는 불안감과 우울감. 그나마 친분을 과시하는 엄마들과 식사와 쇼핑 따위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게 어느 정도 욕구를 해소해주는 듯도 했지요.

하지만, 어딘가 오작동하는 기계처럼 또는 불발탄처럼 내 욕구불만과 보상심리는 정확한 해소지점을 찾지 못한 채... 어른이 된지도 한참 지난 마흔 줄의 정신적 방황은 계속되었습니다.

 

<엄마충전소>가 필요해

우리는 올해 여름의 길목에서 처음 모였습니다.

만남 하나하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ㅇㅇ엄마는 아이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인연을 맺었는가 하면, 또 ㅁㅁ엄마는 다른 마을 모임을 구경 갔다가 우연히 소개받기도 했지요.

당초에 우리 모임의 엄마들은 저처럼 ‘고독’이라든가 ‘방황’ 따위 수식어가 어울리는 여인들이 아니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조용히 빛나며 하나같이 야무지고, 산뜻하고, 다정한 이웃이었지요. 마치 “내가 이렇게 괜찮은 여인들을 알고 있다니. 유레카! 이런 보석같은 엄마들을 가만히 흩어져있게 놔둘 순 없어. 작은 무엇이라도 같이 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마저 그녀들 제각각에 원래 내재했다고 해야 옳은 듯이 말이지요. 떨리는 제안과 첫 만남도 ‘마침 준비된’ 그녀들과는 너무나도 순조로웠습니다.

하필 간결한(?) 동화책 <고함쟁이 엄마>를 첫모임 꺼리로 진행한 탓일까요.

나의 우아한 그녀들은 모두 ‘고함쟁이 엄마’였던 자신을 고해성사하며 눈물바다를 이루었지요.

외동딸 맘으로서 본래 성격이나 기질과는 상관없이 까칠하고 도도하다는 평가를 받아서 억울했던 제 심정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다들 어쩜 그리도 엄마라서 슬프고 엄마라서 미안한 일들 투성이인지요. 또, 아이들의 반짝이는 재능과 가능성이, 일상에 치이고 힘들어서 무뎌지는 엄마로 인해 제대로 발굴되고 적기에 교육되지 못하는 현실에도 우리는 함께 커다란 한숨을 지을 수밖에요.

그날의 눈물과 한숨을 서로 위안으로 다독이며 우리는 결심했습니다.

“누구도 엄마로서의 우리들 고민을 먼저 해결해주지 않아. 우리가 직접 서로 힘을 합치고 뜻을 모아서 무엇이든 해보자. 이 사회의 교육문제를 근본부터 바꾸는 일이든, 엄마들이 겪고 있는 문제해결이든 우선 함께 고민해보자.”

그리고 우리는 다달이 정기모임을 갖고 서로 갖고 있는 고민들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강남구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사정임에도, 우리 모임 엄마들은 사교육을 지양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과 공부를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보다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화합형 인재를 키워내는데 주력하고 싶어한다는 점, 그리고 아이들이 커가는 이 사회가 지닌 각종 문제들과 적폐청산에도 관심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또 중간중간 화창한 날씨가 아까워 아이들과 숲으로, 전시회장으로 나들이를 함께하곤 했지요.

 

엄마에너지가

자가발전 되려면...

그런데 엄마는 무엇으로 사나요? 아이가 예쁘면, 남편이 성실하면, 가계가 안정되면... 엄마는 늘 저절로 힘이 솟나요? 엄마가 힘들 땐 누가 위로해주지요? 지쳤을 땐 어디서 재충전을 하지요?

놀러 다니기도 물릴 때쯤 엄마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엄마를 맘충이라 부르는 사회, 엄마라서 경력이 단절되고, 엄마란 위대한 역할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무얼 해야하나. 바로 공부입니다. ‘공부를 하자!’ 우리 모임 엄마들은 우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접근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도 공부하면 즐겁지요~" 올들어 핫이슈로 떠오른 핵물리학과 대체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해 본 시간(참가자 얼굴은 블라인드 처리) /사진제공=강남엄마공동체.
"엄마도 공부하면 즐겁지요~" 올들어 핫이슈로 떠오른 핵물리학과 대체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해 본 시간(참가자 얼굴은 블라인드 처리) /사진제공=강남엄마공동체.

 

두 번째 책모임은 올해 뜨겁게 떠올랐던 물리학 관련 기초서적과 대체에너지에 대해 공부해본 시간이었어요. ‘북핵’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알아보며 핵물리학 기술이 대체에너지와 미래산업에 미칠 영향 따위도 알아보았지요. 이어 세 번째로는 먹을거리 문제와 뗄 수 없는 GMO(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해 공부했고요. 네 번째 모임은 아토피와 환경문제에 접근하며 유해성분에 대해 공부하고 천연화장품 만들기도 했답니다.

"가사노동도 함께하면 재미있다며 GMO와 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공부한 날은 '건강반찬 만들기'도 같이 해보았어요" /사진제공=강남엄마공동체.
"가사노동도 함께하면 재미있다며 GMO와 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공부한 날은 '건강반찬 만들기'도 같이 해보았어요" non-GMO쇠고기장조림, 피클, 토마토마리네이드. /사진제공=강남엄마공동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유해성분과 천연화장품 만들기' 모임. /사진제공=강남엄마공동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유해성분과 천연화장품 만들기' 모임. /사진제공=강남엄마공동체.

 

엄마들의 눈빛이 점점 빛나고 모임에 활기가 돌 때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공감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듯, 엄마도 그렇구나. 엄마라서 공감되고 엄마라서 함께일 수 있는 우리가 참 좋다고. 여럿이 함께하니 없던 힘도 어느 샌가 마구 솟구친다고.

 

열려있는 공동체로

남아줄래?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우리 모임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엔 비록 마지막에 불발되긴 했지만, 공동육아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해보려고도 했었으니까요. 의욕 넘치는 엄마들이 갈 길은 아마도 행복한 고생길이 될 것 같습니다.

엄마들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죠. 사실상 ‘엄마’라는 정체성은 참으로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족들을 챙겨야 하니, 건강이나 환경문제부터 출발해서 아이들 교육문제, 이와 관련된 제도, 문화, 정치·경제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끄고 손을 대지 않을 문제가 없더군요.

굳이 욕심을 내지 않고 소박하게 가꿔가는 모임이라 해도, 본래의 목적에 맞게 가려면, 끈끈한 팀워크도 좋지만, 친목 위주의 닫혀있는 모임이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체란 폐쇄성을 가지면 전체 사회 안에서의 역할 자체가 어딘가 한정적으로 규정되어 버리는 느낌이 강해지거든요.

“우리와 같은 고민을 짊어진 엄마라면, 함께 공부할 마음이 있는 엄마라면 언제든 누구라도 받아들이도록 하자.”

이것이 우리 모임의 방향과 성격을 좌우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되는 이 시기에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할머니가 된 나의 미래는 어떨지, 대한민국이 언젠가 통일이 될 것인지 등등 우리의 관심과 고민은 미래에서 출발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그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거대한 동력이 된다고 할 수도 있는 듯합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미래를 함께 예견하고 먼저 준비한 사람과 나중에 합류해서 준비하는 사람의 차별이나 경계가 불분명한... 성숙한 엄마들이 되고자 한다는 거죠. 엄마 여러분, 언제든 따뜻한 공동체로 함께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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