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한유총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사립유치원, '한유총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 이정현 기자
  • 승인 2018.10.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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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문제로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회계운영에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비난여론이 일자, 유치원장들은 일방적 폐원으로 맞서기도 하고, 정부감사 시스템의 문제로 일축하며 방어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학부모들과 원아들이 입는 직간접적 피해에 대책은 사실상 없었다. 사립유치원 운영문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한 대안은 어떻게 마련돼야 할까.

 

'비리를 논하는 자체'가 문제?

엄마들 토론회 막아선 유치원장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과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주최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가 열렸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감사 결과 실명공개에 반대하는 전국 사립유치원 운영자·원장들의 협의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정책토론회 자리에 찾아와 항의하면서 진행을 막았다. 박용진 의원측이 낸 비리유치원 목록과 조사내용은 '거짓'이자, '사립유치원 죽이기'라고 강변했다.

결국 이날 정책토론회는 무산됐다. 이후 지난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언급되면서 한유총과 국회, 학부모 간 갈등이 더욱 불거졌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사진출처=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25일 더불어민주당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함께 진행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 모습/사진출처=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비리 내용 적발→ 회계감사 시스템 탓

"명단공개 내용을 삭제해달라??"

그렇다면 사립유치원의 비리 감사 결과 무엇이 문제일까. 공립유치원은 정부기관에서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한 ‘에듀파인’이라는 회계감사 시스템에 귀속된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 공립유치원과 동일하게 누리과정 정부지원금을 받지만, 에듀파인에 속해있지 않아 회계운영의 투명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유총 측은 "교육청에서 자체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회계감사에 부실함이 있다면 교육청 문제"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에 맞는 별도의 회계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에듀파인으로 결합할 의지가 없음을 밝혀왔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에서 2014년부터 진행된 '교육청 자체 감사 종합결과'에 문제가 있는 유치원들 이름을 공개했다. 보통 언론사가 공개한 정보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경우 정정 보도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하는 것이 상례이나, 한유총 측은 다소 이례적으로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절차 진행을 감행했다. 

따라서 지난 25일 서울 서부지법에서는 가처분 소송에 대한 첫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한유총 측은 "2016년부터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을 받아온 이래 회계감사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서 '회계상 실수'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고려없이 공개된 명단으로 인해 모든 유치원이 비리유치원이라는 오해를 줄 소지가 크다"며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에 등재된 명단공개 내역을 모두 삭제조치할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한유총 측의 하소연은 설득력이 없다는게 중론이다. 한유총 핵심지도부라 할 수 있는 전현직 임원 7명이 운영하는 유치원들도 각 시ㆍ도 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적발 사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신뢰구축, 근본적 대책마련 가능할까?

교육당국 VS 한유총... '접점' 찾을 수 있나

정부에서 1년에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예산은 2조원이다. 이를테면 사립대학도 매년 예ㆍ결산 회계내역을 자체 홈페이지 또는 ‘대학알리미’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게재한다. 따라서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와 비리 근절을 위해 전국 시·도 교육청에 19일부터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 가동을 시작했다. 지적 사항과 처분 내용 등의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실명 공개 기한은 지난 25일까지였다.

지난 20일 시청역 앞 정치하는 엄마들 주최로 열린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 참가자 모습/사진출처=정치하는 엄마들
지난 20일 시청역 앞 정치하는 엄마들 주최로 열린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 참가자 모습/사진출처=정치하는 엄마들

한편 지난 20일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은 시청역 앞에 모여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40여명의 참가자들은 유치원생 자녀들과 함께 왔다. 참가자들은 ▲한유총·교육당국 책임자 처벌, ▲에듀파인 무조건 도입, ▲비리 유치원 퇴출, ▲국공립 단설유치원 확충 등을 요구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 국무조정실과 교육청이 유치원 비리를 적발하고도 비리유치원 이름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및 행정소송을 벌여왔다. 박용진 의원의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배경에는 엄마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반영된 셈이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한유총의 주장은 모순적이다. 나쁜 유치원이 극소수라면 그런 유치원을 한유총에서 제명하면 되는 일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은 유치원 비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아교육을 비즈니스로 생각하는데 있다며 유치원 운영은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 교육의 영역임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리유치원들 명단을 공개하고 엄중 처벌할 것을 바라고 있다. /이미지: 이정현 기자.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리유치원들 명단을 공개하고 엄중 처벌할 것을 바라고 있다. /이미지: 이정현 기자.

 

한유총의 행보에 사립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치원 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회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한유총은 작년 정부를 대상으로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중단을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예고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을 번복하며 학부모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엄마들은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적발로 인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하며 유아교육·보육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해왔다.

이에 당정은 지난 25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25%에 그치고 있는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2021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과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 주요골자다.

하지만, 한유총은 다시금 반발하며 정부가 가정에 직접 '유아학비 지원금'을 지급할 것과 사립유치원 맞춤형 회계감사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은 어디까지나 시장경제 하에서 존재하는 사업체라는게 기본 입장인 것이다. 이에 박용진 의원측은 유아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개인사업을 통한 이윤추구가 목적이라면 다른 일을 찾아야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폐원한 사립유치원을 매입하는 등 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 단설유치원을 증대해 궁극적으로 유치원을 100% 국공립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교육당국과 한유총이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 근절 방안을 마련하고 유치원 교육 정상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엄마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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